책 - 도박의 역사에 대하여

저자는 도박에 문외한일 뿐더러 한국사를 전공한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고전의 문헌을 찾아가며 한 권의 소중한 사료가 될만한 도박의 역사를 책으로 정리하였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하듯이 우리의 지난 역사는 왕조시대의 정치적 사건이나 실록에만 편중되었다. 이러한 때 일반 백성들의 풍속에 관한 책이 관심을 끌면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역사중 하나일 도박사를 정리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일 것이다.


그런데 도박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도박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가령 카지노, 마작, 포커, 슬롯머신등은 도박이고 바둑, 장기, 당구, 스포츠는 건전한 놀이일까? 도대체 도박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대해 저자는 노름과 놀이라는 낱말의 어감에 주목한다. 노름도 일종의 놀이라면 놀이라는 말에서 노름이라는 낱말이 파생된 것은 아닐까? 이 논리에 따르면 순수한 놀이가 도에 지나치면 노름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도박으로 분류되는 것도 사행성,중독성을 없앤다면 그야말로 순수한 놀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도박을 도박답게 만드는 것은 놀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놀이에 건 ''판돈''에 있다. 즉 술내기, 점심내기등은 건전한 놀이로 볼 수 있지만 판돈’이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저자는 도박의 기원은 제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의 앞날을 점치거나 국가적 대사를 결정할 때 사용하던 것이 점이었던 것이다. 점괘야말로 하늘과 신의 지엄한 뜻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에서 도박은 신성한 의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도박은 우연성과 의외성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왕으로부터 양반, 그리고 가난한 민중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퍼지게 된다. 도박에 연관된 옛 선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찌나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지 시대는 변해도 인간속에 내재한 속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책속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놀이인 윷놀이부터 주사위놀이, 쌍륙, 화투, 격구등의 역사와 기원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왕가와 민중들의 생활상을 다루고 있다. 백성들은 ''판돈’대신 처자식과 자신을 노예로 내놓고 도박을 벌였다니 그 중독성에 혀를 내두를만 하다. 사대부 또한 술, 기생과 함께 질펀하게 여흥을 즐기면서 도박에 빠져들고 양반집 자제들은 부모몰래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게 되어 도둑질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도박을 금하는 상소가 어전으로 올라갔는데 그 내용중에는 오늘날에도 새겨들을만한 경구도 있다. "가난한 것만이 도둑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책은 고대뿐아니라 현대의 고스톱이나 경마, 로또, 카지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도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장서서 막아야할 정부에서 오히려 사행산업을 레저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줌으로서 ''한탕주의'' ''물질만능주의''를 부추키고 있다는데 있다.

가령 인생대역전이라는 로또는 1등당첨 확률이 814만 5,060분의 1 이라고 한다. 인생대역전은 얼마나 허구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희망을 안고 로또를 사는 사람이 대부분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다. 부자, 권력층등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굳이 인생역전을 바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또는 이 시대에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결국 정부사업의 재정마련을 위한 명분으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게 부담비율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부각된다. 더군다나 로또수익금의 분배에서도 없는자들의 몫인 보건복지부로의 배분율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자의 결론은 단호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국가와 국민이 도박산업이야말로 우리나라의 흥망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깨닫는 일이다"
퇴근길 새로 오픈한 업소의 간판하나가 눈에 뜨인다. 바이킹 오락실... 지나치면서 저기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과 마음과 사람까지도 잃을지, 세상이 왜 이렇게 되어가는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도박은 저자의 말대로 자신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극심한 고통을 준다. 오직 잃었을때 판을 떠나는것이 최상인 것이다.

도박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의 속타는 심정을 시로 표현한 1929년 3월 18일자 중외일보 기사내용을 소개하면서 리뷰를 맺는다.

<투전군 안악네>

기나긴 겨울밤 개만지저도 만노코 못자는 젊은 안악네
남편이 잡히나? 가슴이 울넝 순사나 안오나
잠못일우는 투전군 안악네

읊별타??사람의 발소리는 잡혀가는 무리들인가?
그곳에 남편이 세이지나안엇나?
초조히 잠 못자는 젊은 안악네

먼마을 개소리 잇다금 드르며
닭을 기세지도 잠못일우고 편 기다리는
투전군 안악네

이제 나올세?
한숨쉬이며 문소리가 나기만 기다리다가도
술이나 안먹길 바라는 안악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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